영어를 잘하고 싶으면 우선 한국책부터 많이 읽어라!
이런 뉴스를 읽었습니다.
'미국 교과서 영어반' No Problem?
기사의 내용은 이명박 정부의 '영어 몰입교육' 덕에 미국 교과서를 가르치는 영어학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으며 학원마다 그 수준이 천차만별이지만 인기가 많다는 것이며, 기사는 끝에 제목처럼 과연 미국 교과서 반이 효과가 있으며 부작용은 없을까? 하며 끝을 냅니다.
저도 학원을 해서 미국 교과서 반이 있느냐 혹은 미국 교과서로 지도를 하느냐는 문의를 심심치 않게 받습니다. 뭐 저야 교과서보다는 동화책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미국 교과서 반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그 미국 교과서라는 것들이 또 어떻게 보면 아주 좋은 동화책들의 묶음 세트입니다. 아~여기서 미국 교과서란 타 과목이 아닌 Reading에만 한정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미국 교과서, 좋긴 참 좋습니다. 정말 잘 만들었습니다. 근데 너무 비쌉니다. 그리고 가르치기 나름이기도 하거니와 교과서 하나로 영어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미국 교과서에 대한 '맹신'은 위험하다는 생각입니다. 뭐, 미국 교과서 수업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올려보기로 하겠습니다. 지금 이 글의 목적은 영어와 한국어의 상관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제목을 저렇게 써놓고 미국 교과서 기사 얘기를 한 이유는 기사 마지막 부분에 보면 이런 우려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장미경 고려대 국제어학원 교수는 "올해부터 초등 1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쳐 미국 교과서 사교육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 "비판의식이 부족한 아이들의 사고방식까지 무의식적으로 미국화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미경 교수께서 우려하는 부분이 바로 저도 똑같이 우려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학부모님들 영어에 목숨 거십니다. 또 아이가 영어 잘한다 싶으면 국제중부터 특목고는 기본으로 생각하십니다. 이제 막 영어 유치원 졸업해서 온 아이도 있습니다. 드물지만 한국말보다 영어를 더 잘하는 경우도 봅니다. 그런데 이게 참 문제입니다. 학부모님들은 자녀들을 완벽한 이중언어 구사자(Perfect Bilingual)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만 매우 힘듭니다. 유학생들도 '완벽한' 이중언어 구사자는 많지 않습니다. 문제는 아직 모국어인 한국어로도 자기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정리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외국어를 잘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이는 대로 배우고 듣는 대로 따라하는 어린아이에게 무작정 미국 교과서로 100% 영어로만 교육하는 것은 아이에게 나중에 혼란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 시기는 우리의 모국어인 한국어 교육이 가장 중요한 시기죠.
아무리 단어를 죽어라 외우고 어려운 책을 파고든다 한들 절대 외국어가 자신의 모국어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아니,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어릴 때야 일시적으로 영어를 모국어보다 더 잘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초등학교 가고 점점 고학년이 될수록 어쩔 수 없습니다. 한국어를 접하는 시간이 가장 많다 보면 당연히 한국어를 제일 잘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이 많은 학부모님이 자신의 자녀들이 한국인이니까 한국말을 당연히 잘 한다고 생각하십니다. 죄송합니다만 제가 볼 때는 못 하는 학생들이 정말 많습니다. 말이 어눌해서가 아닙니다.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해서 논리정연까지는 아니라도 적어도 상대방에게 말이나 글로 제대로 전달을 해야 할 텐데 바로 이것이 안 되는 아이들이 아주 많다는 점입니다.
거기에다 중학생, 고등학생 중에도 '독해'에 문제를 보이는 학생들이 꽤 많습니다. '영어독해'가 아니라 '국어독해'를 말하는 겁니다. 글의 진짜 뜻을 파악 못 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는 얘기죠. 영어로 읽고 무슨 말인지 이해도 하고 한국어로도 해석해보라면 해석까지 합니다. 그런데 진짜 뜻을 모릅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마지막 영어로 된 문장은 '피자를 특별한 간식으로 아껴두는 것은 현명한 일이다.'란 뜻입니다.
저렇게 무슨 뜻인지까지 제대로 이해를 해놓고 저 마지막 문장이 말하는 진짜 의도는 파악하지 못합니다.
'피자를 자주 먹지 말아라'란 의도를 '피자는 영양소가 다양해 특별하다'라든지 '피자는 영양소가 많으므로 아껴두고 먹어라' 등등 엉뚱하게 파악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는 얘깁니다.
이유는 바로 국어 실력이 모자라기 때문이죠. 이유는 바로 책과 담쌓고 살아서 그렇습니다. 국어 실력의 바탕이 저 정도면 영어 실력 역시 그 이상으로 오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항상 한국어책을 많이 읽으라고 합니다. 영어책 이전에 한국어책을 우선 많이 읽으라고 합니다. 한국어 실력이 높은 만큼 영어 혹은 외국어 실력도 따라가는 거니까요. 영어에 올인한답시고 한국어책은 등한시하면서 영어 고급 어휘 외우면서 영어로 된 어려운 원서만 파고드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한국인으로 태어나고 한국에서 자라고 한국에서 사는 이상 가장 중요한 언어는 모국어인 한국말입니다. 심지어 미국 내에서도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미교포가 취업을 위해 면접을 보면서 자기는 Korean American이지만 미국 시민권자고 미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어는 못 한다고 했다가 떨어졌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이렇게 국어에 대한 내공이 깊어지다 보면 영어를 배우면서 한글이 얼마나 우수한 글자인지도 깨닫게 됩니다.
영어를 잘하고 싶으면 우선 한국 책부터 많이 읽으세요.
자녀가 영어를 잘하길 원하신다면 우선 한국 책부터 많이 읽히세요.
그래서 한국어 기반이 튼튼하고 독서를 즐기는 습관이 들면 영어 정복하기가 한결, 아니 아주 수월해집니다.
WoonG